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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raemiworld

래미월드 220812

by 리틀플러피뮤즈

오늘의 래미월드는
집에서 그동안의 그림들을 늘어놓아 본 후
가장 작은 나무판넬에 오일 작업을 해 보는걸로,

전에 다니던 병원에 대한 것을 그려야 했는데
아무래도 그 곳에서의 가장 큰 기억은
꽤 절개를 크게 했던 수술과 3일간의 입원이다.
그래서 입원장에서의 사진을 바탕으로 그리기로 했다.
사실 그 장면은 래미데이즈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미 한 번 그렸던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이번엔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
처음 생각으로는, 래미의 감정을 극대화 해서
마치 베이컨의 벨라스케스 교황 그림처럼
아주 강렬하게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색은 예쁘고 몽환적인 채로.
그런데 하나씩 그려나가다
보고 그리던 사진속의 래미의 눈빛을 보니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서 재연되기 시작했다.
그 때, 수술을 마친 래미는 무통주사를 맞고 있었다.
덕분에 기운이 있었고 찾아간 엄마아빠를 보았다.
래미는 우리를 보자마자 아주 할 말이 많다는 듯
처음듣는 목소리로 낑낑 웅얼웅얼댔다.
나는 이 상황이 이상하고 무서웠고
엄마아빠는 어디있었냐며 칭얼대는 아이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두려움과 서운함과 안도감이 묻어나는 목소리.
물론 입원을 위해 그 날 우리는 돌아가야 했고
래미는 입원장 안에서 이틀 밤을 더 자야 했다.
그렇게 그 때를 회상하며 그리고 있었는데
하필 오랜만에 쓰는 오일은 아크릴에 비해서
너무나도 질감이 부드러웠고
덕분에 그 때 그 래미를 다시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찬찬히 찬찬히 쓰다듬듯 붓질을 했다.
처음엔 넥카라도 스케치 했었지만
자유롭게 해 주고 싶어 이내 경계를 지워나갔다.
당시에는 아픈 기억이었지만
이제는 잘 회복해서 지나간 일이 되었고
또,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미 그 때도 안아주며 사랑한다 말해주었지만
나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무섭지 않도록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렇게 손바닥만한 작은 그림을 그려나갔다.
앞으로도 또 한번 더 수술을 해야 할텐데
그래서 더, 나의 그림 속 강아지를
토닥이며 쓰다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다음날 추가

그림을 보고 강아지가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알아채신
역시 한 생명을 반려하고 계신 우리 화실 식구님.
누군가가 그걸 꿰뚫어본다는 것이 신기하다.

강아지는 입을 벌리면 대부분 웃는 것 처럼 보여서
정말 기쁠 때도 더워서 헥헥거릴 때도
사람이 볼 때는 똑같은 표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곁에 있어본 사람은 안다.
똑같이 입을 벌리고 있어도, 그 눈이 무엇을 말하는지.
래미는 입양공고의 사진이 웃는 것 처럼 나왔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입양 당시에는
사진을 보고 그저 해맑은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와서 그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보면
그건 좋아서,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내려앉은 눈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긴 어디야? 나는 이제 괜찮은거야? 하는..
그 표정을 읽어내기까지 노력도 해 보았고
어느정도는 시간이 지나니 터득한 것도 있지만
아무튼 참 어떻게 인연이 닿아
이렇게 나와 같은 이불 덮고선
따뜻하고 작은 엉덩이를
꼬옥 붙이고 편안하게도 자는지
하얀 털뭉치 냄새를 맡으며
새삼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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